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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독서9

<겨울의 언어> 김겨울 산문집 그는 겨울이 지나 봄이 다가오는 때가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모든 겨울이란 새겨울이다. 차가운 결말도 결말이고 냉랭한 시작도 시작이니까. 그러니 코끝에 맺힌 물을 훔치며 또다시 걸을 수 밖에 없다. 두 팔로도, 온몸으로도 안 된다면 다음엔 무엇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새로운 풍선에 바람을 불어가며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첫 풍선이 터뜨린 것은 부모의 숨이었으나 그다음부터 터뜨린 모든 풍선은 나의 숨이므로. 그러므로 또다시 내리는 시간의 우박이 나의 풍선을 터뜨릴지라도, 그 모든 것이 또 한 번 잔해가 되어버릴지라도, 나는 나의 숨을 끌어안고 있다. 늘 자신을 용서해야 한다. 여전히 그 어느 겨울에도 그 어떤 시간도 녹이지 못하더라도. 끝끝내 무엇도 녹이지 못하고 사라질지라도. 평생 이렇게 일한.. 2024. 5. 16.
[24년 02월의 독서] 인간실격(다자이 오사무) [첫 번째 수기]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밥을 안 먹으면 죽는다는 말은 제 귀에는 그저 듣기 싫은 위협으로만 들렸습니다. 그 미신은(지금도 제게는 미신처럼 느껴집니다) 항상 제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안겨 줬습니다. 인간은 먹지 않으면 죽는다, 그러니 일해서 먹고 살아야 한다는 말만큼 저에게 난해하고 막연하며, 또한 협박 같은 여운을 주는 말도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제가 가진 행복의 관념과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관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저는 그 불안감 때문에 밤마다 뒤척이며 신음하다 심지어는 미쳐 버릴 뻔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 어릴 때부터 저는 행운아라는 말을 신물이 나도록 들어 왔지만 정작 .. 2024. 3. 1.
[24년 01월의 독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김영민) [프롤로그] 아침에 죽음을 생각한 이들의 연대기 살아 있지 않음을 슬퍼하거나 두려워한다면, 태어나기 이전도 슬퍼하거나 두려워해야 한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죽을 수조차 없다. 이미 죽어 있으므로. 살아가는 일은 죽어가는 일이므로. 삶이 곧 죽음이라면, 그리하여 이미 죽어 있다면, 여생은 그저 덤이다. [1부] 시간의 흙탕물 속에서_일상에서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을 바라다보면, 그 덧없음으로 말미암아 사람은 쉽게 불행해진다. 따라서 나는 차라리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기를 원한다. 내가 이런 근심을 누린다는 것은, 이 근심을 압도할 큰 근심이 없다는 것이며, 따라서 나는 이 작은 근심을 통해서 내가 불행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1분이 60초라는 것도, 한 시간이 60분이라는 것도, 하루가 24시간이라는.. 2024. 1. 27.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Why Fish Don't Exist 심하게 오랜만에 책 기록 물고기가 왜 없어! 제목을 보고 무슨 내용인지 살짝 검색해봤다가 여전히 갈피가 잡히지 않아서 읽어버린 책. 6월 6일 화요일에 펼쳐서 6월 12일 월요일 사무실에서 에필로그를 읽었다. 필사 노트를 잊어서(사실 그 존재 자체를 살짝 잊었다.) 하이라이트 먼저 쳐가며 읽다가 완독 후 필사를 했는데 미래에 내가 쓰겠지!하고 과도한 하이라이트로 손가락이 좀 저렸다. 전에 토플 단어를 외우며 분류학자라니 별걸 다 공부하네 하고 넘어갔던 분류학에 대해 이해하는 계기도 되었다. 저자의 데이비드 스타 조던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바뀌면서 책이 전달하는 내용이 파트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거랑 별개로 한 인물에 대한 이정도 열정을 담은 탐구가 신기하다. 이 시기에 이 사람은 무슨 생각이었을까?하고 .. 2023. 6. 18.
[5월 독서] 넛지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22. 6. 5.
[4월 독서]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정말 오랜만에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다 읽어낸 소설책! 요즘 책모임에 조금 회의적이었는데 단순히 한 달에 한 권은 읽는다는 다짐 넘어 내가 스스로 찾아 읽지 않았을 종류의 책도 함께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다. 1. 오베는 겉보기에 괴팍하지만 사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사실 오베는 그냥 -_-가 아닌 ^-^가 디폴트 값인 이 사회에서 좀 힘들었던 건 아닐까..-_-는 사실 어떤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직선 찍찍찍인데 이렇게 이모티콘으로만 봐도 좀 불쾌해보인다. 굳이 다른 사람에게 미소를 요구할 필요가 있나 싶다가도 그냥 다들 웃고 살면 서로에게 친절하고 좋은 사회가 될 것 같기도하고..아무튼 오베는 그저 항상 웃고 다니지 않았을 뿐일지도.. 2. 그치만 또 오베는 애꿎은 애플스토어.. 2022.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