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곡차곡 독서

[4월 독서]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by stherhj 2022. 4. 19.

정말 오랜만에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다 읽어낸 소설책! 요즘 책모임에 조금 회의적이었는데 단순히 한 달에 한 권은 읽는다는 다짐 넘어 내가 스스로 찾아 읽지 않았을 종류의 책도 함께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다.

1.
오베는 겉보기에 괴팍하지만 사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사실 오베는 그냥 -_-가 아닌 ^-^가 디폴트 값인 이 사회에서 좀 힘들었던 건 아닐까..-_-는 사실 어떤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직선 찍찍찍인데 이렇게 이모티콘으로만 봐도 좀 불쾌해보인다. 굳이 다른 사람에게 미소를 요구할 필요가 있나 싶다가도 그냥 다들 웃고 살면 서로에게 친절하고 좋은 사회가 될 것 같기도하고..아무튼 오베는 그저 항상 웃고 다니지 않았을 뿐일지도..
2.
그치만 또 오베는 애꿎은 애플스토어 직원에게 아이패드에 키보드가 달려있지 않아 성질을 낸다. 오베의 행동은 일관성이 없어보이기도 하지만 그 서사를 따라가다보면 뚜렷한 선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본인이 정한 규율의 선 밖으로 벗어나가는 것에 분노하는 오베 할아버지ㅜㅜ 한 사람의 서사를 이해하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그치만 우리에게 그럴 시간적+심적 여유가 남아있을까?
3.
오베의 불만 중 하나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하는 사회상이다. 오베가 생각하기에 사람이라면 당연히 할 줄 알아야하는 작은 일들, 집안 곳곳을 수리하거나 운전 등의 스킬들에 있어 부족한 사람들이 점점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것 또한 오베의 약간 꼰대스러운 분노 버튼 중 하나인데 나도 사실 일부는 동의한다. 나 또한 부모님 세대에 비해 기본 생존 스킬(?)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적이 있다. 개개인의 업무가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행태같다가도 사실 아주 기본적인 방법을 익히는데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뿐인데 그런 노력조차 해본적 없는 것 같기도 하다.
4.
오베는 부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세상의 색을 다시 잃었다. 그리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결심을 한다. 그런 결정은 보통 감정의 극단에 서서 하게된다고 생각하는데, 차분하게 본인이 떠나고 난 뒤까지의 상황을 계획하는 모습이 생소했다. 다행히 좋은 이웃들을 만나 하나의 큰 가족과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자연스럽게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나름 행복하게 살 수 있게된다. 점점 많아지는 홀로 사는 노인/청년들과 고독사 그리고 이웃의 부재와 사회에서 인정하는 가족의 범위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언젠간 영화도 보고 싶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