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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대학원간 먼지

내 한 몸을 누일 나의 작은 방

by stherhj 2021. 1. 3.

(2020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작성한 글)

경영의 철학적 이해 수업에서 내가 바라는 꿈? 궁극적인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한 친구가 본인 몸을 누일 수 있는 방 하나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시엔 역시 자가마련..쉽지 않지 했는데 이제와서 괜히 혼자 끄적끄적..

크기와 형태는 다르지만 누구나 마음 안의 불안감이 있고 그럼에도 조금 덜 흔들리도록 잡아주는 무언가 있다고 생각한다. 본인에 대한 믿음, 물질적인 것이나 음악이나 그 어떤 것이든.

나는 내가 믿는 사람, 특히 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 컸다. 있을 땐 모른다고 처음으로 홀로 정착할 때 불안감에 크게 흔들리면서 느꼈다. 그 곳에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많이 나아졌다. 그러다 다시 그 장소를 떠날 때 또 그랬다. 그럼에도 나는 나로서 서야하니 그 지지할 수 있는 것을 내 안에서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 힘을 기르기 위해 자꾸 혼자 설 수 있는 상황에 놓이길 반복했다. 나의 불안감은 보통 내가 여기서 어떻게 되어도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되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것, 그리고 결국 나는 그 장소에서 많은 경우 좋은 사람들과의 추억들을 얻어간다는 것을 체득하곤 많이 나아졌다.

상황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서도 여전히 붙잡을 손 없이 혼자 허덕이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곤 한다. 사실 물리적으로 새로운 장소에 놓일 경우는 많지 않고 지금은 내가 풀 수 없는 문제와 마주했을 때 오는 감정이 더 가까이있다. 누구 말대로 사실 과제야 제출하지 않아도 괜찮고 시험이야 풀 것만 풀고 넘어가면 되는 것인데!

경영을 전공하면서는 그렇게 크게 풀었다, 풀지못했다 할만한 문제가 많지 않아 좋든 싫든 크게 그런 경험 없이 졸업할 수 있었다. 오히려 전공도 아니면서 괜히 코드를 짜기 시작한 뒤로 뭔가 돌아가지 않을 때 가끔 당황스러웠다. 항상 그렇지만 또 지금 생각해보면 참 별 일도 아니다! 그치만 어떤 밤엔 필요 이상으로 불안해졌다. 그래서 과제가 나오면 미리 하진 못해도 내가 그 전날 마주해도 패닉하지 않을 정도로 봐두는 절반정도만 좋은 습관이 생겼다.

만약 내가 정말 박사과정을 밟게되어 나의 길을 되돌아본다면, 그 길목에 요 1년을 추가한 것을 통해 얻은 여러가지 중 벽을 마주하는 것에 조금 의연해진 것도 그 하나가 아닐까 싶다.

결론적으로 어떠한 불안감이든 내 안에 어떤 믿을 구석(단순히 내 자신 뿐만 아니라 나의 믿음의 기반과 함께 내가 만들어나갈 수 있는 상황적 요인까지)을 찾는 것이 나름의 개인적인 해결 방안이었던 것 같다. 어떤 다른 사람이나 외부적인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닌 내 안에 있는 것! 내가 지은 내 작은 방 하나. 웬만하면 보일러가 되는 따뜻한 방이었으면 좋겠다~ 수족냉증이 심해 추운 것은 너무 힘드니까! 캬캬

++

요즘 여러 곳에서 비슷한 말을 반복적으로 들었다. 불안한 상황 속에서 걸어나가는 중에 여러 선택을 내리는 것이 참 힘들 수 있다, 그치만 열심히 하다보면 그 결정들과 노력의 과정은 들어나게 되어있으니 그것에 대한 믿음을 가질 것을? 요런 시국이라 그런 불안감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혹은 내가 끙끙거리며 이리저리 옵션들을 저울질하는 것이 힘들 그럴 시기이기 때문인가? 이러나 저러나 참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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