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1~'24] 출근하는 서랍이/'22

첫 제주의 첫째 날

by stherhj 2022. 5. 22.

쌓아둔 할 일이 많지만 하고 싶은 일 먼저 하고 싶어서 작성하는 제주 여행기

떠나기 전
유일무이 대학 과동기 유나(나름가명)와 함께 떠나기로 결심하고 어딜갈지 두리번거리다 제주로 결정했다. 그 즈음엔 둘 다 운전에 자신이 없었는데 어찌저찌 실력을 키워 떠날 즈음에는 어느정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둘 다 mbti상으로는 j인데 일상에 치여서인지..떠나기 직전까지 계획표를 완성하지 못하였고 떠나기 전 날 렌트카와 숙소를 겨우 예약했다. 그리고 밤에 짐을 싸기 시작했는데 교환학생 기간의 크고 작은 여행들로 다져진 실력으로 배낭 하나에 4일의 여행을 담아냈다. 수화물 추가비용이 유일한 수익창출방안인 것처럼 눈을 굴리는 항공사들과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제 보름 이내의 여행은 기내 반입할 배낭 하나로 가능한 사람으로 거듭났다.

5월 15일 (일)
나는 김포에서 출발하고 유나는 김해에서 출발해서 혼자 공항에 도착했다. 가족, 친구, 연인들 사이에 괜히 외로운 것 같아 서점을 찾아봤지만 이미 수속을 마친 뒤라 책 파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떠올려보면 누구랑 함께 비행기를 탔던 기억이 별로 없다. 엄마 때문/덕분에 (엄마는 항상 누구 때문이라는 말은 없다.라고 하기 때문에..) 공항에 너무 일찍 도착해서 게이트 앞에 앉아 지난 번 유나를 만났을 때 같이 보기시작한 영화 '노트북'을 보며 기다렸다. 지난 독서 모임에서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내가 기억하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영화인줄 알았다. 끝까지 보고나니까 예전에 봤던 그 영화가 맞았다. 이상하게 나는 영화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덕분에 같은 영화도 또 재미있게 보고..또 재미있게 보고..반복할 수 있다ㅎㅎㅜㅜ 비행기가 이륙하면서 그대로 잠이 들어 정신차려보니 착륙중이었다.

부친 수화물이 없어서 바로 뛰어나왔는데 한달 새에 머리를 새롭게 자른 유나가 먼저 도착해있었다. 같이 공항을 나서 차를 찾고나니 3시가 훌쩍 지나있어 김밥을 먹으러 갔다. 테이크아웃해 근처 바다에서 먹을 계획이었는데 곧 다음 일정이었던 카페가 닫을 시간이어서 주차장에서 식사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공항에 나오자마자 야자수만 봐도 제주에 온 것을 실감한다 했는데 나는 유튜브에서 너무 많이 봤던 이 김밥을 보니 제주에 온 것이 실감났다. 심심한 김밥과 오징어무침비빔면을 함께 먹었다. 여행하는 내내 바람 때문에 정신을 못차리다 또 차에 타면 강한 햇살에 쪼그라들면서 매일 제주 날씨를 체험했다. 다음 일정은 다원이었는데 찻잎 수확 기간이라 대신 오설록 티뮤지엄/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로 향하였다.

도착하자마자 50분 뒤 카페 마감이었는데 매장 밖 정원은 열려있다고 해서 앉아 디저트와 음료만 빠르게 마셨다. 나가서 둘러보는데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잘 꾸며져있어 마감하고 사람이 없는 정원에서 한참 돌아다녔다. 일몰시간이 되어 숙소 근처의 군산오름으로 향하였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당연히 일방통행인줄 알았던 좁은 도로 위쪽으로 차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심장 통증의 서막이었다ㅜㅜ조금씩 올라가는데 자꾸 차들이 내려와서 지나가도록 옆으로 살짝 비켜주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어렵게어렵게 도착해서 본 일몰은 아주아주 멋졌다. 해가 아주 져버리기 전에 열심히 뛰어가는데 너무 숨이 찼다. 더 걸어 올라가니 앞으로는 지는 해가 보이고 뒤쪽으로는 이미 보름달이 떠있었다. 유나도 나도 첫날의 일정 속에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꼽은 순간이었다. 그리고 곧 해가 져서 빠르게 숙소로 향했다. 해가 진 제주는 서울보다 훨씬 컴컴했다.

저녁 먹을 시간은 훌쩍 지났는데 카페에서 먹은 디저트 덕분에(때문에금지법) 아직도 배가 불러서 뭘 먹어야 적절할지 이야기하며 뒹굴거라다 밤 10시가 넘었다. 그래서 숙소에서 걸어 10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가볍게 걸어다녀오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고 또 캄캄해서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먹을 것을 사들고 또 체감상 30분 걸어 돌아와 유이무삼 또 다른 동기와 영상통화를 하고 첫째 날 잠에 들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