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역시 늦은 21년 문닫기
여전히 과거에 쪼오끔 집착하는 것 같고 가끔은 시간이 아예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항상 어제 행복했고 오늘 더 행복하고 내일 그것보다 더더 행복할 것을 알지만서도 아직 살아보지 못한 내일보다 그냥 행복했던 어제가 좋고 좀 덜 불확실한 오늘이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밀리기대장이지만 뭐라도 꾸준히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분명 다 있던 일들인데도 뭐라도 남기지 않으면 그냥 흘러가는 시간 속에 옅어지다가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도 스노우글로브는 사라지지 않을테지! 사실 스노우글로브도 시간이 지날 수록 물이 탁해지고 있다..슬프다..
한 해가 또 지나서 2021년 열기 글을 다시 읽어보니 2020년은 인생 기억에 남을 한 해라고 기록했다. 사실 21년은 그만큼 기억에 남을 한 해는 아니었다. 작년 대학원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면서 그렇게 그리워했던 호주에서의 여유만큼 널널했던 1년이었다. 그치만 마음은 항상 종종거렸다.
이전에는 무조건 빠르게 가득채워 사는 것이 옳은 것이라 생각했고 너무 벅차서 다 놓기 직전에 가서야 각자 선택한 인생의 속도에는 옳고 그름이 없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렇게 여유롭게도 살아보고 빡세게도 살아봤더니 나는 그냥 이미 어렸을 때부터 빡세게 굴러다녀야(=내기준..다르사람이 보기엔 기냥 누워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음) 맘이 편한 것으로 교육받은 것 같다. 쓰고나니 좀 불쌍하네.. 그래도 이게 옳은 것!해서 뛰어다니는 것과 이게 내가 선택한 것!해서 뛰어다는 것에 차이가 있지 않을까? 있어라..
올해도 나름 본격적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해로 이름 붙이려면 붙이지만(등교하는 먼지에서 출근하는 서랍이로 레벨업!) 쪼끔 더 개인적이고 실질적으로는 내 인생에 항상 찾아 헤맸던 방향성과 전문성을 쪼끔은 발견하고 쌓아간 해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어디를 찍어두고 가고 있는지, 그 중 어느 지점에 어떤 스탠스로 서 있는 것인지 고민이 된다. 그리고 앞으로 그 고민을 잊어버릴 것도 미리 앞서 걱정중..
학교를 떠나면서 교수님이 당신께서 유일하게 부러운 시기가 지금 내가 지내고 있는 이 즈음의 시기라고 말씀하셨다. 이 전의 시기나 이 후의 시기에는 시간이든 돈이든 체력이든 결핍되는 것이 생기는데 여러가지가 밸런스가 맞는 시기라고 이 시간을 잘 보내보라고 해주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그만큼 값지게는 보내고 있진 못한 것 같지만 탓할 코로나라도 있어 약간 위안이 된다. 열심히 달렸든, 뒷걸음질 쳤든, 한 해가 지났다. 스물다섯의 21년 안뇽~ 내가 22년을 멋지게 살아내서 21년은 22년을 뒷받침했던 한 해로 기억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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